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윤세나       
 KBS Northern Virginia Community College 모임      
 
 

 

"하나님의 나라"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 연상되는 단어는 "천국" 이었습니다. 천국은 내 육신이 죽은 다음에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주 멀게만 느껴졌고 나는 아직 젊을 뿐만 아니라 체질적으로도 아주 건강한 편이어서 죽음이라는 것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죽어야만 들어가는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라니… 의아하기만 했습니다.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자라온 저에게 있어서 교회와 하나님은 단지 제 삶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마치 아침, 점심, 저녁 식사 때가 되면 당연히 밥을 챙겨 먹는 것처럼, 초등학교 시절 주일이 되면 으레 교회에 가서 기계적으로 찬송을 부르고 기도하고 말씀을 듣고 그리고 엄마가 주신 돈으로 헌금을 내는 교회생활을 했습니다. 주일의 하이라이트는 일주일 만에 만난 교회친구들과 기운이 다 빠지도록 실컷 노는 것이었는데, 어느덧 저녁이 되어 해가 뉘엿뉘엿지면 느긋하게 집으로 돌아가, 단지 월요일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에 마지못해 잠자리에 들며 "아, 내일도 일요일이고 내일 모레도 일요일이라서 잠도 실컷 자고 학교도 안가고 친구들이랑 실컷 놀았으면 좋겠다" 하곤 했습니다. 당시엔 그 마음이 매우 절실한 것이었지만, 사실 매우 싱거운 태도로 주일이 지나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유년시절동안 교회에 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주일마다 교회에 다니던 제가 그래도 한가지 확신했던 것은 하나님을 안 믿으면 "천국"에 못가고 “지옥”에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 친구들을 남겨두고 미국으로 이민을 왔을 때에도 제일 걱정이 되었던 것은 아직 교회에 다니지 않는 제일 친한 친구가 있는데, 만약 내일 예수님이 오신다면 그 친구를 천국에서 못 만날 것이 분명했기에 하나님께 친구가 하나님을 믿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몇날 며칠을 기도했는지 모릅니다. 아무 생각 없이 교회를 다니며 하나님을 믿는다고 했던 시절이지만, 한편 돌아보면 저에게 있어 가장 순수하게 하나님을 의지하고 따랐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교회에 다니던 유년 시절을 뒤로하고, 언제인가 마침내 예수님께서 제 삶에 찾아오셨습니다. 그 이후로 꾸준히 신앙생활을 하면서 인격적으로 예수님을 알아갔고 기도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의심하지 않고 하나님을 믿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변화된 마음으로 성경공부 모임에 열심히 참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교회를 오래 다녔으니 성경공부는 별로 특별한 게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성경에 대해 아무 지식이 없어서 말씀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었습니다. 아무리 말씀을 들여다 보아도 그저 당연한 말씀이라고 여겨질 뿐이어서 그저 수박 겉 핥기식으로 매주 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제 자신이 스스로 말씀을 깊이 알아가려고 하지도 않았을 뿐 만 아니라, 또 말씀이 쉽게 깨달아지지도 않았기 때문에 또 다시 몇 년을 말씀과 멀리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얼마쯤 시간이 흘러 다시 마음을 열고 성경공부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을 때에는 마침 사도행전을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바울사도와 그 밖의 다른 많은 사도들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고 여러 곳을 다니는 그 열정이 어느 순간 저를 사로잡았고 그로 인한 작은 불씨가 어느새 저의 마음속에도 타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작은 걸음을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며 하나님의 말씀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고 "하나님의 나라 = 천국"이라고 문자 그대로 이해하려 했던 나의 짧은 생각과 얕은 지식이 하나님의 말씀과 사랑으로 채움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내 안에 진정한 하나님의 나라가 세워지고 있었던 것을 지금에서야 돌아보게 됩니다.

한 때 제가 내려놓지 못했던 것 중의 하나는 내가 손해를 보고 남을 도와야 하는 상황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인해 이기적인 마음을 조금씩 버리고 주위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작은 도움을 주었을 때, 신기하게도 나의 손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있었고 세상 사람들이 비록 나를 바보라고 부를지 몰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풍성함을 느끼며 "하나님의 나라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가치와 반대되는 것,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들을 수 없는 무언가가 확실히 있다는 것을, 작지만 소중한 경험을 통해 깨달을 수 있도록 인도해 주셨습니다.

이제 더 이상 "하나님의 나라"는 내가 보지 못하고 체험하지 못한 높은 곳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나님을 범사에 인정하고 그분의 뜻대로 행할 때에 내가 바로 그 "하나님의 나라"에 거하게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놀랍고 기쁠 따름입니다. 내가 바로 "하나님의 나라" 라는 고백과 하나님을 인정하는 우리의 모든 마음들이 합하여서 선을 이루고 보다 큰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진다는 놀라운 사실이 지금도 제 마음을 울리고 변화시킵니다.

 

 

집: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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