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ionist vs. Christian
 최성희       
 KBS American University 모임       
 
 

 

  나는 나 자신이 "완벽주의자"라는 사실을 미국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뜬금없이 왠 완벽주의자 이야기냐고? 유학 생활을 마칠즈음이 되어 뒤돌아 보건대 내가 사람들의 소위 말하는 "완벽주의자"였다는 것이 내 미국 유학생활 스트레스와 좌절의 근원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학부를 마치고, 와싱턴 디씨에 있는 American University 에서 국제 협력 (International Development) 석사과정을 위해 2006년 가을 미국에 왔다. 평범한 가정 출신인 내가, 한국에서는 소위 별 볼일 없다는 대학에 다녔던 내가, 어느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길을 개척해서, 세계의 심장부인 미국의 수도에서, 그것도 국제 협력 과정에서 나름 명성이 있는 학교에 공부하러 왔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의 유학 생활도 내가 세운 계획대로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야 하고, 나는 여기서도 물론 돋보여야 하며 교수님들과 학우들에게 영감과 귀감이 되어야" 했다.

물론 내가 대학원 공부를 시작할 준비가 그다지 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분명 있었다. 어학 연수는 고사하고 한국에서 그 흔한 토플 학원 한번 다닌적이 없고, 영작문 연습 한번 하지 않은 나는 페이퍼에 적힌 교수님들의 직설적인(!) 코멘트를 받아들이기기엔 분명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더 내 마음을 힘들게 했던 것은 너무도 외적으로 잘난 나의 classmate들. 그 중에 천재적인 지능에 모델 뺨치는 외모도 갖추었으며, 뛰어난 재치를 겸비하고, 마음까지 상냥한 한마디로 "완벽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졸업하던날 나는 혼자 속으로 박수를 쳤는데 이건 그녀의 졸업을 축하해서가 아니라,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 잡을 수 없는 것들을 가진 그녀 즉, 내 "두통의 근원"이 마침내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에 대한 축하의 박수였다.

이러한 도전들 속에서도 나는 좌절하기 보다는 내가 세웠던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깜짝 놀랄만한 성과를 이루어내야 하고 고국에 금의환향 하는 목적을 성취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하게 내가 열심히 노력을 하면 할수록, 또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 같아 보이는 순간에도, 나는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지금와서 깨닫는 것이지만 내가 스스로 완벽해지려고 몸부림 칠수록 하나님은 나를 오히려 완벽에서 멀어지게 하셨다. 수업이 끝나거나 시험이 끝나서 집에 돌아오면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잠을 못이루고, 조금의 실수나 아쉬움때문에 며칠을 끙끙 앓기가 일수였다. 한가지 마음이 아팠던 것은 내가 이렇게 공들여 노력하는데도 그 댓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상식대로라면 그리고 다른 유학생들의 경우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영어도 늘어가고, 공부하는 데도 요령이 생기면서 성적이 좋아지는 게 당연한데, 이게 어찌된일인지 미국에 온 첫 학기이래로 성적이 자꾸 떨어지기만 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스트레스가 머리 끝까지 쌓여 더이상은 주체할 수 없게되었을때, 오랜만에 집주인 아주머니 Caroline 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내가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것이 얼굴에 드러난다"는 그녀의 말과 함께 시작된 대화에서 대뜸 Caroline이 내게 던진 질문은 "Are you a perfectionist?" 였다. 순간 나는 멈칫 하게 되었다. 사실 "perfectionist 가 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다고, 그건 당연할 일"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Caroline 말에 담긴 뉘앙스는 "결코 perfectionist가 될 필요도 없고 모든 걸 완벽하게 잘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쓸데없이 스트레스를 만들어서 받고있니?" 였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을 나름 한가하게 보내면서 지난 유학생활을 돌이켜보고, 말씀을 더 가까이하고 자주 묵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중 하나님께서는 내가 완벽해지는 걸 하나도 기뻐하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는 '좀 모자라면 어때. 좀 덜 똑똑하면 어때. 정말로 중요한건 그게 아니란다.' 라고 말씀하고 계셨다. 공부를 잘하고 훌륭한 커리어를 갖고 매력적인 외모와 좋은 매너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모든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오로지 내 자신의 기준이었다. 진정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이라면 굳이 스스로 이 모든 것들을 성취하려고 분투하는 것에 모든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도 되고, 굳이 실패할까봐 두려워하고 있지 않아도 되는데, 아니 그래서는 안되는데 말이다.

세상적으로 완벽해지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소비하는 삶은 누추한 삶이다. 실패할 두려움때문에 하나님앞에 그리고 세상앞에 담대하지 못하고 자신없어 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건, 우리가 그분과 친밀한 관계를 갖는 것, 즉 자주 만나고 대화하고 삶속에서 함께 동행하며 그분을 점점 더 알아가고 그래서 내 마음이 하나님의 마음과 같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과 내가 함께 하나님이 나로하여금 원하시는 일들을 행해 나가는 것이다.

우여곡절의 유학생활이 어느덧 종반으로 접어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와싱턴 디씨에서 이름있는 기관에 취직하기 위해 마음 졸이고 있었을 텐데, 왠지 내가 하나님의 음성에 귀기울이고 있으면, 그 말씀에 푹 젖어 있다가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나는 따라 가기만 하면 된다는 평안함이 있다. 몇 주 전, 아프가니스탄에 있을 때 함께 일하던 선생님과 이메일을 주고받는 중에 그 분이 하신 한 말씀이 세상적으로 완벽해지고자 했던 삶에 종지부를 찍고자 하는 나의 결단에 도움을 주었기에 그 말로 이 글의 끝을 맺고자 한다. "미국에서도 늘 하루하루 말씀 묵상하며 삶속에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성희 자매, 자매가 어디에 있든 가장 중요한 것은 주님입니다."

 

집: 김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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