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의 진솔한 대화: 신앙, 가정, 그리고 일에 관하여
 김문희, 김혜진, 안은경, 한세진       
 
 


결혼 3년차, 1년차, 4개월차 주부, 두 아들의 엄마, 딸 하나둔 엄마, 아이 없는 "아줌마"

  "아줌마"라 하지만, 우리들의 모습, 상황, 삶의 구체적 이슈는 다르다. " 아줌마"라 하기에 우리는 너무 초보다. 비슷한 점이 있다면 싱글에서 "아줌마"로, 아이 없는 "아줌마"에서 "엄마"로 정체성의 변화와 더불어 삶의 구체적인 변화를 체험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우리를 인도하시는 모습과 자리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역시 우리가 공유하는 점이라면, 우리가 각자 미혼일때 제자삼기에 헌신한 "자매"들로서 아쉬워했던 점이다. 미혼으로서 일(학업)과 사역의 길을 병행하며, 막연히 언젠가 "아줌마"가 될 우리 모습을 상상했을때, 우리는 그런 분들의 삶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고, 선배들로부터 배움을 얻고 도전을 받을수 있기를 바랬었다.

막상 "아줌마"가 되고 보니, 우리는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체성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역할을 익혀가는 가운데 시행착오도 거치면서, 구체적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여러 삶의 영역속에서 시간과 에너지와 정성을 쏟는 면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꾸려갈수 있는지, 조화를 이루는것이 가능한 것인지도 때로 잘 모르겠는채로, 해답을 찾는 중이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이 과정을 함께 나눠보았다. 우리가 미혼일때 기대했던 본보기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모습이지만, 우리의 부족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나누고자했다. 한 사람의 고민이 아니고 넷의 고민이었고, 넷의 고민이 아니고 더 많은 이들과 나눠도 좋을 이야기라 생각하게 됐다.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는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여러 삶의 모습속에서 우리 각자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분별해 나갈수 있을거라 믿고, 서로 그럴수 있기를 위로하고 격려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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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1: 먼저 각자 소개를 해야겠지요.

김문희 간사님 가족문희: 결혼 3년차로 남편과 18월된 딸이 있습니다. 풀타임 직장 맘이고 변호사입니다. 출산전 American University 대학원모임을 섬기다가 출산후 금요일 저녁시간에 대한 부담때문에 캠퍼스 모임은 쉬는중이고, 대신 교회에서 속회와 중등부를 통해 섬기고 있습니다. 현재의 고민중인 이슈는둘째를 가져야 하는가/그 시기가 언제인가 (강동인 간사님은 "군대 다녀온 셈 치고 하나 더 낳아야 한다”고 하심)하는 것이고, 그외 진로의 방향에 대한 고민입니다. 같은 직장에서 일한지 3년이 넘어가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인데, 새 직장을 찾는 과정에서 “내가 예전과는 달라졌구나” 느낍니다. 제 커리어만 생각하면 좋은 곳이라도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더 줄여야하기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예전만큼 그런 자리에 대한 관심도 없어진 모습을 보게됩니다. 또래 남자 동료들은 진로를 결정함에 있어 아이나 가정 생각은 저만큼 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고, 제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인생의 의미를 고민하게 되고, 저 자신을 새로 발견해가기도 합니다. 예전에 알지 못했던 제 모습이 좋기도 하지만 혼돈스럽기도 합니다.

혜진: 아줌마라는 호칭이 아직은 낯설은, 결혼한 지 이제 6개월 남짓 된 새내기입니다. 졸업하고 무역 컨설팅 회사에서 일한 지 3년 정도 되었습니다. 2001년 디씨로 오면서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모임에 참석하기 시작했고, 계속 GW 모임에 있다가, 지금의 메릴랜드 락빌에 있는 몽고메리 컬리지로 오게 된 지 1년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또, 교회 청소년부 교사로 섬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신혼이다 보니, 제게 요즘의 화두는 싱글에서 기혼으로의 변화 자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여러 이슈들, 즉 부부로서 심정적/영적인 면에서 하나되는 것 뿐 아니라 진로, 공동체, 사역 등등을 어떻게 맞추어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이러한 고민들은 사실 제 개인의 신앙뿐 아니라, 진로를 비롯한 삶의 모든 부분을 직접 포함하는 것인데, 싱글이었을 때는 이러것이 혼자의 생각, 선택과 결정에 한정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남편과 모든 부분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있어 최선의 결정을 해나가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 결혼은 큰 변화인 것 같습니다.

세진:
결혼한지 16개월되었고, 아직 아기는 없습니다. 저는 물리학 박사과정 학생이며, National Institute of Health (NIH) 에서 full time researcher로서 일(연구)하고 있습니다. 2004년 부터 University of Maryland 간사로 섬기고 있습니다. 저 역시 가정과 학업(진로)의 조화에 대해 고민하는 중입니다. 현재 저는 남편과 주말 부부로 지내고, 곧 졸업을 하면 직장을 찾아야 합니다. 졸업 후에도 계속 일을 하고 싶고, 더불어 가정을 하나로 합치는 일과 자녀를 갖는 일을 어떻게 조율해 나가는가가 숙제입니다. 그 다음은 아내로서 신앙적으로 남편과 함께 균형있게 발전해 나가기 위한 사역의 변화입니다. 셋째, 결혼 후 많은 부분에서 이상보다는 현실적인 것들에 노출됨으로 인하여 세상의 가치관을 따르기가 쉽게 되었습니다. 이 가운데서 거룩함을 쫒고, 구별된 삶을 사는 것이 제 고민입니다.

은경: 2002년에 KBS 조인한뒤, 2004년 George Washington University에서 생화학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간사로 섬기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에 결혼했고 아들이 둘 (2살, 4개월)있고, 이번 학기부터는 남편 최규진 형제와 같이 그룹을 섬기게 되었습니다.

남편과 저는 부모님들이 한국에 계시는 H1b 와 F1 이기에, 이번에도 친정 어머님이 아이들을 돌보시려고 미국에 들어오셨는데, 저희 부부가 둘 다 풀타임 (more than full time)으로 일하고 있어 낮시간에 두 아이를 돌봐야 하는 친정 어머니의 수고를 좀 덜어드리기 위해 큰 아이를 day care 보내면 좋겠고, 나중에 친정 어머니가 한국에 가시면 두 아이를 다 day care 에 보냈으면 해서 저축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잘 될지 모르겠지만요. 또, 관광보험을 가지고 자유롭게 미국에서 병원에 가지 못하시는 친정 엄마의 건강도 고민이고,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은 엄마가 될수 있는가가도 주된 고민이지요.

그러다보니 제가 빨리 졸업하고 취업을 해서 월급을 받으면 아이들 키우는데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졸업하고 영주권 받으면 직장 구하는데 있어서 제한도 없고 경제적인 것도 해결되겠다는 생각도 있구요. 저희 부부는 둘 다 학생이었을때 결혼했는데, 그때는 지금 수입의 1/3-1/4 이었지만, 꿈을 가지고 살던 적이 기억납니다. 지금은 왜 꿈을 가지고 살지 못할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질문2: "아줌마"(기혼여성)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가져온 인식과 역할의 변화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아무래도 여성이기때문에 결혼과 동시에 살림과 출산과 육아의 일차적 책임이 불가피하게 따르는데, 그 과정에서 겪는 구체적 변화들을 나눠보면 좋을것 같습니다.

한세진 간사님 가족세진: 첫째, “아줌마”가 가져다 준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 가정활동의 증가입니다. 참 이상하게도 두 사람이 함께 사니 노동 인력도 두배로 증가했으나, 할일은 두배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미혼일때는 아무렇게나 식사를 해결해도 부담이 되지 않았으나, 결혼 후엔 같이 저녁을 먹어야 하고, 그러므로 요리하는 횟수/양 증가, 더불어 장보는 횟수 증가로 시간이 많이 사용하여야 합니다. 또한 집안 경제 관리, 양가 식구들 경조사 관리등등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둘째, “아줌마”는 “아저씨”와 모든 것을 상의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시간, 물질 모든 면에 있어서 혼자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으며, 결정의 우선 순위는 내 자신이 아닌 “가정” 이 되었습니다.

셋째. ”아줌마”는 자유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마치 예수님을 믿고 누리는 진정한 자유는 예수님으로 부터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자유가 아닌, 그분께 붙잡혔을때에만 비로소 누릴 수 있는 것이듯, 남편과의 관계를 통하여 내가 매인 부분이 증가하였으나 더 평안하고 자유하게 되었습니다.

네째, 내 자신을 깊숙히 드려다 보는 기회를 많이 갖게됩니다. 그래서 나를 더 많이 알게 되었고 , 하나님을 더 많이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혜진: 저는 결혼한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현실적인 큰 변화보다 아내와 남편과의 관계를 배워나가고 나아가 부부가 한 몸이 되어 공동체와 관계를 맺는데 있어서의 변화, 기혼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 더 무게있게 느껴집니다. 시간 사용면에 있어서 결혼 전과 표면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한편 가정이라는 우선순위가 생겼다는 점에서 일상의 변화는 불가피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싱글일때보다 집안일에 대해 책임감도 더 생겼구요, 남편과 quality time을 보내야할 필요도 느끼구요. 아무래도 가정, 직장, 공동체 등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생각하며 마음이 전보다 더 분주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싱글일 때와 똑같은 시간사용을 할 수는 없다는 한계를 경험하고 인정하면서, 삶을 좀 더 단순화시키고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생각만큼 잘 되지는 않습니다.

결혼과 동시에 부부가 함께 공동체에 참여하고 섬길 수 있는 기회가 있거든 함께 섬기는 것이 좋다는 것은 많은 부부들이 공감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 부부의 경우에는 싱글때 각자 섬기던 역할들이 있어서 이제 이 일들을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상호간에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아직 찾고 있는 중입니다. 시간, 습관, 기호, 계획, 가치 등 매일 일상의 모든 영역을 부부가 공유하고 맞추어 나가는 것은, 마치 결혼이 양파껍질을 벗기는 것처럼 지속적인 변화를 담고 있는 그릇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문희: 출산후 엄청난 심리적/존재적 변화를 체험합니다. 전에는 제가 하는 일을 통해 발전하고 성취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아이와 보낼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수 있는것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반면 보람있는 일도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아이를 두고 직장에 나가는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일을 통한 보람이 없으면 더 힘듭니다. 출산후 오히려 삶에서 느끼는 보람과 의미라는면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직장맘으로 겪는 심리적 어려움이 많습니다. 저는 친정 어머니가 직장맘 (사역자)인지라, 자라면서 그면이 불만이었고, 그래서 스스로가 직장맘인것이 한동안 힘들었습니다. 아이가 훨씬 어렸을땐 재택근무하는 날도 아이가 1층에서 울면 저는 2층에서 울면서 일하기도 했고, 때로는 그냥 바닥에 엎드려 울며 기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남편의 경우 육아에 많이 도움을 주는 편이지만 울면서 출근은 한적이 없습니다. 그게 엄마와 아빠의 차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가다 최근 제 안에서 큰 변화가 있었는데, 제 모습을 받아들이고 허락하시는 한 일하는 엄마로 살기로 한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시고 도우신다는 확신, 돌이 지나면서 아이가 많이 큰 점, 아이를 사랑으로 잘봐주는 사촌 언니의 도움을 받을수 있게 된 점등이 이유였습니다. 가장 큰 계기는 집에서 시간은 덜 보내주셨지만 세상적인 가치관때문에 자식들 상처주지 않으셨고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에 최선을 다하신 친정 엄마야말로 훌륭한 어머니였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또 아이를 가장 잘 키우는 방법은 엄마 (부모)가 하나님을 사랑하며 살면서 그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엄마 손길을 필요로하는 어린 아이가 있으니 표면적으로 시간 사용에 있어 변화가 큽니다.아이도 하나님이 주셨으니 부모로서 시간을 쓰는 것과, 따라서 외부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이 변화가 불가피하고, 그 변화는 아빠보다는 엄마에게 더 요구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허락하시는 한 일도 사역도 어떤 식으로든 하고 싶지만, 예전 방식대로 똑같이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하나님께서 제게 기대하시는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영역들 가운데 제가 서야할 자리는 어디인지 계속 고민합니다.

안은경 간사님 가족은경: 아이가 하나 있을때는 학업에 집중하도록 친정 어머니가 거의 24 시간 재호랑 같이 있어주셔서 그다지 힘든지 몰랐어요. 저는 재호 먹을 우유만 제공하는 유모같았죠. 사역도 할 수 있었고, 실험실에서도 오버타임으로 학업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몸은 엄마면서 역할은 엄마가 아니여서 정신적으로 더욱 힘들었어요. 밤새 재호랑 씨름 하는 친정 엄마가 점점 초쵀해지시는 모습을 보며 “둘째는 어떻게든 밤에는 우리가 보자”고 남편이랑 결정한후 인호는 저희가 밤에 돌보고있지요.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정신적으론 예전보다 더 건강해진것 같아요. 아기를 겨우 재워놓으면 큰소리내어 깨우는 큰 아이때문에 가끔 화도 나고, 밤새 두세번씩 깨는 신생아와 씨름을 하고 나면 아침 일찍 실험실 가는 발길이 피신이라도 가는 사람처럼 가벼울때가 있습니다. 실험실에 가서는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린 아이들 사진보며 빨리 퇴근하려고 서두릅니다. 일하는데 불이라도 붙으면 집에 가야할 시간을 양보하면서 연구에 몰두하죠. 그러고 나면 죄책감이 들기도 하구요.

간사로서도 싱글때와 많이 다르죠. 남편과 같은 사역을 해서 결혼하고 첫째 태어나기 전까진 맡은 그룹을 나름대로 열심히 섬길 수 있었던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니 그룹 멤버들 집에 불러 밥먹는 횟수도 줄고, 지금은 엄두도 안나네요. 말씀도 잘 못먹이고, 밥도 잘 못먹이고…연구실이 캠퍼스 밖에 있으니 다른 학생들과 만날 기회도 거의 없고 자연스레 아이들 있는 가정들과 만나는게 더 편하게 되어가고 있네요. 삶의 모습이 바뀌면서 섬기는 모습에서도 하나님께서 어떤 변화된 계획을 가지고 계시는지 참 기대가 됩니다.

질문3: "아줌마"로서 처한 현실적 영적 도전에 대해 나누고, 그런 도전앞에서 경건한 "아줌마"로서 살기 위해 어떤것들이 필요할지 나눠봅시다.

혜진: 주위에 결혼한 분들을 보면 늘 예외 상황이 많잖아요, 아이가 있는 경우는 더 한 것 같구요. 가령 예배 시간, 약속 시간에 늦는다던지 모임에 대부분 불참을 한다던지, 싱글 때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교회(공동체)에 살면서 두 세 가지 이상의 역할에 헌신하던 청년들이 결혼과 동시에 점점 얼굴보기 힘들어지고, 따라서 신앙생활이 나태해지고 열정이 식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결혼과 동시에 발생하는 영적 위기상황인지, 아니면 자연스레 찾아오는 변화인것인지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것 같습니다.

결혼, 출산, 육아의 과정에서 그리고 풀타임 직장 생활을 할 경우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어떤 면에서 더 multi-tasking이 요구되기 때문에 결혼전과 똑같은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순위를 정해서 덜 중요한 부분은 미련없이 내려놓기도 해야하겠지요. 결국은 우선 순위를 분별해야 하는데, 그 자체가 바로 큰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키우다보면 관심에도 역할에도 변화가 찾아오게 되고, 따라서 사역에 있어서도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자리가 어디인지 계속 찾아 나가야 할텐데, 그 과정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혼와 함께 찾아오는 현실적인 변화들을 이상히 여기지 말고 오히려 그 변화를 적극적으로 품고, 하나님의 계획이 무엇일지 기대하며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은경: 다양한 도전(시간, 경제적)들이 많지요. 그 다양한 도전들이 영적 도전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왜냐면 그런 종류의 도전들은 내 육을 돌보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요. 이런 도전들은 저에겐 점점 더해지는 것 같아요. 육체적으로나 영적으로 스트러글 하는 정도가 애 없을때보단 애 하나 있을때가 더 힘들고, 아이가 둘이 있으니 더 힘듭니다.

저는 workaholic 이라 실험실에선 아내, 엄마의 직분을 잃고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신나게 일하다가도 퇴근 시간이면 아이들 보려고 허둥댑니다. 엄마와 학생의 신분으로 저의 24시간을 보내며 중간 중간 아내로써 딸로써 며느리로써 그리고 간사로써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시간을 쪼개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중요한 것 보다는 육체적인 것을 택할때가 많아요. 아이가 없을때까지만 해도 성경공부가 있던지 없던지간에 혼자 말씀 묵상하는 시간이 우선시 되었는데, 지금은 일어나면 실험실가기 바쁜 상황입니다. 혹자는 “누가 결혼하래? 누가 애기 둘이나 낳으래?” 그럴수도 있지만, 힘든 시간이어도 돌아보니 결혼과 출산, 그리고 아이들 양육을 통해서 하나님을 더 깊이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엉엉 울 정도로 감정적으로 약해있고,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울때면 뼈가 으스러지는 것 같이 육체적으로 약해져 있으니 좀 더 몸이 편한 것을 추구하게 됩니다.

세진: 다른 분들이 시간 사용에 대해선 많이 이야기 해 주셨으므로 전 물질, 단순히 돈이 아닌 돈을 버는 수단으로써의 직업, 돈의 사용등에 관련된 도전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로마서 12장은 “이세대를 본받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저의 경우에 가장 쉽게 세상에 물들기 쉬운 부분이 바로 물질입니다. 결혼 전엔 제가 소유하게된 돈을 그 액수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옳다고 배운대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고 여기는 방법으로 돈을 얻었고, 그것이 옳지 않다고 여겨졌을때 과감히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경제의 규모와 책임의 범위가 작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결혼후엔 경제 규모와 결정에 대한 책임 범위가 늘어나게 되니, 세상의 가치관에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아차” 하는 순간 나의 눈은 하나님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나로 인해 수고하거나 피해를 받지 않게 하기위한 방법/ 그들이 좀 더 편하게 사는 쪽으로 향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서 졸업을 앞두고 직장을 생각하면서도 제 머릿속엔 “하나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나”라는 생각보다는 남편과 같이 살 수있는 곳, 안정적인 곳, 좀 편한 곳, 좋은 위치, 많은 수입 즉 세상이 성공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가정을 주셨기에, 가정이 잘(?)되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가지고... “난 좁은 길로 갈 수 있지만 나로 인해 가족이 힘들어지는 것이나 가족이 나 때문에 좁은 길을 가게되는 것은 할 수 없어.”하는 갈등을 이기기 위해서 전 다시 말씀으로 돌아가서 싸워나갈 힘을 찾을 뿐입니다.

아비나 어미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는 내게 합당치 아니하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도 내게 합당치 아니하고 또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지 않는 자도 내게 합당치 아니하니라 (마 10:37).

문희: "아줌마 세계"는 “호랑이 굴속”과 같습니다. 학생/싱글때는 마음속으로 세상을 추구해도 현실적으로 세상을 가질 능력이 별로 없지만, 경제적으로 조금 안정을 찾다보면 세상을 현실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력이 생깁니다. 이 세상은 더 최신식 부엌, 더 세련된 인테리어 디자인, 아이를 위한 최고의 교육, 즉, 최고를 향한 (즉, 하나님이 아닌) 유혹이 끊임없이 우리 "아주머니"들을 부르는 곳입니다.

“호랑이 굴속”에서 어떻게 정신을 차리고 내 마음을 지키는가가 숙제입니다. 학생/미혼때 내 인생의 방향을 하나님께로 두겠다는 결단이 없었다면, 그 결단을 지켜야겠다는 고집이 없다면 버틸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제가 그만큼 약한 사람이란것이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직장 맘으로 주중 낮에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가운데, 어린 아이를 금요일 저녁마저도 떼어놓고 나가는 것이, 지금 내가 있을 자리는 아니라는 생각에서 캠퍼스를 쉬고 있지만, 캠퍼스는 많이 그립습니다. 학생들은 아직 가진것이 없고 외롭고 마음도 가난합니다. 그런 때가 얼마나 축복의 시간인지 그립습니다. 지금 처해있는 호랑이 굴은 어쩌면 치열한 현실이고, 그때의 시간은 이런 현실로 나아오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던것 같습니다.

하나님 앞으로 나가 내 마음을 하나님 내어 드리는것, 내 마음 상태에 대해 하나님께서 들려주시는 잔잔한 음성을 들을 준비가 되는것 (결국 말씀과 기도를 통해)이 가장 중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중요한것은 믿음안에서 나를 사랑/격려해주고 필요할땐 충고도 아끼지 않을 신앙안에서의 관계입니다. 마음이 가난하고, 하나님을 향해있고, 거룩함을 향해 나아가려고노력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어야 하고, 그런 분들을 보고 자극받고 도전받을수 있는 환경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지만, 혼자서는 저는 너무나도 약한 사람이더라구요.

세상은 부모들의 교육열과 불안한 심리, 특히 맞벌이 부모들의 죄책감등을 이용해 아이에게 세상적 안목에서의 최고를 주며 키우라고 유혹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저를 그렇게 부르시지 않습니다. 아이를 주시며 함께 주신 아이를 키울수 있는 능력을 사용해 판단하되, “이 세대를 본받지 말라”, “세상의 흐름으로부터 분별”하라 하십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하나님께 묻습니다. "모르는척 하고 따라가면 더 이로운 점이 많을것 같은데, 하나님이 분별하라 하는 방법은 때로 미련한 것이고, 세상적 기준으로는 손해 볼 수도 있는것이고, 잘난척한다는 오해나 받고 말 방법일수도 있는데 (하나님이 내 삶에서 요구하시는 방법들이 대체로 그래왔듯이), 우리 예원이 책임지실껍니까?" 하나님은 "책임진다, 그 방법을 택하라!"고 하십니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 4:23).

질문 4: 각자 맡고 있는 사역에 대해 나눠봅시다. 다들 시간없다면서 왜들 하시는지요. 어떤 고충이 있으신지요.

은경: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수 없다는 점이 큰 고충입니다. 큰 아이 젖먹이다가 성경공부시간이라고 같이 더 있어주지 못하고 떼어놓고 학교로 갔었던 기억이 남아서 아직도 큰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싱글이었을땐 다른 싱글들과 만나서 시간보내는 것이 좋았기에 그룹멤버들과의 교제가 자연스러웠는데, 지금은 싱글들 보다는 결혼한 가정들, 특히 아이들 있는 가정들과 더 많은 관계를 갖게됩니다. 따라서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가정들과 교제/성경공부 하는 것에 마음에 더 가죠. 또한 “아줌라”로서 공동체의 기대치에 미치기 못한다는 부담이 있고, 그런 제 모습이 공동체에 덕이 되지 않을거라는 생각도 들구요.

그러면서도 하고 있는이유는 부끄러운 답이지만, 제 욕심때문입니다. 예전에 비해 멤버들과많이 교제하지 못하지만 제 마음속에 이 친구에게 예수님을 더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을 "내"가 알려주고 싶고 변화되는 걸 보고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또한 성경공부가 없으면 말씀을 가까이 하기 어렵다는 걸 체험으로 알고있습니다. 말씀 없는 "내" 삶이 얼마나 원초적인지 알기에 억지로라도 말씀을 보려고 계속 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김혜진 간사님 가족혜진: 제가 1년 여 전부터 섬기게 된 캠퍼스는 아직 시간, 장소, 코어 멤버 등이 정착되지 않아서, 누가 와 주기라도 하면 반가울 따름이고, 따라서 제가 어떤 성경지식을 공부해와서 가르치거나 모임의 단독 인도자라는 생각은 할 수 없게 되었고, 저 한 사람 혹은 두 세 사람 중에라도 예수님께서 우리가운데 함께 계신다는 말씀을 전보다 더 많이 묵상해보게 됩니다.

왜 우리에게 공동체가 필요할까 생각을 하면 할수록, 비록 소수가 모일지라도 그 작은 모임의 나눔과 말씀가운데 함께 세움 받고 격려하고 자라가도록 우리를 지으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까지는 캠퍼스에서 섬길 수 있도록 불러주셨지만, 앞으로는 또 어떤 곳에서 어떤 변화를 가질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남편과 함께 섬길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세진: 은경 간사님과 비슷합니다. 한정적인 시간외에 결혼한 가정이 가진 고민과 어려움이 현재적 관심이고, 남편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의 필요가 절실히 요청되기에 미혼들을 대상으로하는 사역에 있어서 제한을 느낍니다. 이유는 잘 알 수 없지만 제가 미혼과정을 지나온 선배로서의 역할은 할 수 있으나, 미혼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해 주지는 못하는 듯 해 보입니다. 또한 남편과 함께 같은 속도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남편과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캠퍼스 사역을 계속 하는 이유는 지극히 이기적인 것인데, 첫째는 제가 살기 위함입니다. 성경 공부와 영혼 돌봄으로 가장 유익은 얻는 자는 바로 제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룹원의 반응, 혹은 겉으로 드러나는 그룹의 성장 뭐 그런 것들로 인해 실망하지 않습니다. 두번째는 아직까지는 하나님께서 제가 이곳이 있기를 원하신다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문희: 전 출산후 아직 캠퍼스에 복귀하지 않은 상태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혹 교회를 통해 제자 삼기를 할 수 있을지 해서 이런저런 일들을 교회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아직 제가 어떤 모습으로 제자 삼기와 영혼 돌보기를 감당하는것이 좋을지 구체적으로 분별해갈수 있기를 기도중입니다.

막상 캠퍼스를 섬길때는 사역이 다소 남성적이라 느꼈고, 그래서 제가 따라가기 벅찬면이 있다고 느끼기도 했는데, 요즘은 더 캠퍼스에 계속 마음이 갑니다. 청년의 때야말로 인간이 하나님께 인생을 정할수 있는 가장 좋은 때라는 점, 청년들의 공동체에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더 집중적으로 모여있다는 점, 연약한 제 마음을 가난하게 지키기에도 훨씬 더 도움이 되는것 같다는 생각때문입니다.

이전에 캠퍼스에서 제자삼기를 감당하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것 같습니다. 사역을 통해 제 연약함이 많이 드러났고, 그래서 하나님께로 나아가야 했고, 그래서 그나마 성장하고 변화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반면 앞에서들 말씀하신대로, 남편 (영어권)과 함께 같은 공동체를 섬겨야 할 필요성도 있었고, 그래서 캠퍼스를 쉬는김에 교회를 통한 제자삼기도 시작하게 된것인데, 양쪽을 조화시킬수 있는것인지, 혹 하나님이 꼭 그런 방식을 저와 남편에게 기대하시는 것인지 고민합니다. 사실 저는 한꺼번에 여러 사람을 섬기는 것보다 한번에 한사람씩 진하게 교제하고 양육하는 달란트가 (상대적으로) 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최근 듭니다. 그런 사역을 제가 더 즐기고 더 열정적으로 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앞으로는 그런식으로 제자 삼기를 해야하는 것일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고민을 하게 된지 임신후로 시작해 벌써 2년도 넘었는데, 이러다가 둘째를 주시면 도로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몇년을 해답없이 고민만 하게 되는것이겠죠. 저는 육체적으로 힘든것보다 이렇게 고민하는 것이 더 자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불확실하게 고민하며 성찰하는 이 자리야말로 하나님께서 제게 있으라하시는 곳인지도 모릅니다. 진로나 사역이나, 막연히 인류를 위해 뭔가 대단히 중요한 일을 이루겠다는 포부도 욕망도 사라지고, 아니, 어쩔수 없이 내려놓아야 하고, 내게는 대단한 능력도 없다는 아픈 사실도 어쩔수 없이 인정하게 되고, 그렇게 스스로 "애엄마"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간혹 혼돈스럽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제 본연의 모습도 찾아가고, 그런 모습에 조금씩 편해가는 과정 자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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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것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특별히 시선을 집중할 만큼 대단한 이벤트도 아니고, 역사상 계속 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될 일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자연스러운 삶의 변화가 우리들, 특히 여성들의 삶의 구체적인 부분에 미치는 영향은 참으로 막대하다는 점을 공감했다. 세대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윗세대의 어머니들은 가정을 돌보는 일에 100% 헌신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속에서 가정밖에서의 활동 (사역, 일)이 없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들이었고, 그래서,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훨씬 더 힘드셨겠지만, 우리가 겪는 정체성이나 역할 변화와 관련한 고민들은 하지 않으셨을것 같다.

“하나님이 하루, 한달, 일년, 십년, 삼십년의 시간 계획표를 다 짜서 명령해 주셨으면 정말 쉽겠다”고 느낀다. 함께 이 글을 쓰면서 느낀 점은 우리 각자를 향한 비슷한 부르심이 있고, 또, 우리 각자를 향한 독특한 부르심이 있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도전들 속에서 하나님과 더 가까이 동행하면서, 우리 자신을 향한 부르심을 분별하고 따라가도록, 우리 삶을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도록 내어드리고, 서로 하나님께서 각자를 부르시는 방법을 찾아갈수 있도록 격려하고 위로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미리 세워놓은 기대치, 세상적인 욕심, 주변의 시선이나 선입견이 때로는 방해가 된다. 각자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분별하기 위해 여러가지 잡음을 끄고 다시 매일 말씀으로 기도로 그리고 건강한 그리스도의 공동체를 통한 교제로 우리를 내어드리고자 다짐해본다.

 

집: 김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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