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활 중 체험하는 하나님의 은혜
 구양모       
 KBS - George Mason University      
 
 

구양모'아무 자격없는 자에게 그저 주시는 선물'이라는 뜻을 가진 '은혜'는 지난 6여년 동안 나의 마음과 생각을 가장 강하게 붙들어 온 중요한 주제였다. 어린시절부터 흔하게 들어왔던 말이지만 광야와 같은 유학생활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특별히 그 은혜를 더욱 깊이 생각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다 기록할 수 없다"고 한 찬양 가사처럼 하나님의 크신 은혜를 이 글에서 모두 다룰 수는 없겠지만, 내가 경험하고 있는 그 은혜를 대략 세가지로 간략히 정리해 보면서 주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리는 기회를 가지려 한다.

자격없는 나에게 우선적으로 그저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라면 '십자가의 사랑과 부활의 소망'이 내 안에 추상적인 개념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삶에서 살아 움직이도록 인도해 주신다는 점이다. 지난 91년 2월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 회심한 후 나는 10여년 동안 소위 매우 열심있는 신앙생활을 하였는데, 그러한 외형적인 노력때문이었던지 나는 주위에서 줄곧 칭찬받는 신앙인이었다. 돌이켜볼 때, 그러한 열심을 통하여 어느정도 신앙의 성장이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내 안에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었던 '자기의 (self-righteousness)'는 무척 위험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던 것이 분명하다. 그 당시 나는 스스로를 주님앞에서 굉장히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고, '하나님께서 특별히 나를 사랑하셔서 뽑으셨기 때문에 당신의 나라를 위해 누구보다도 멋지게 사용하실 것'이라는 교만어린 자신감이 가득했었다.

이러한 나를 주님께서는 2003년경 유학생활의 극심한 어려움을 통과하고 있던 때를 사용하셔서 사랑으로 만져 주셨다. 많은 아르바이트 때문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던 정치학 박사 과정의 어려운 학업, 매달 학비와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핍절한 재정 상황, 그리고 가장 친하게 지냈던 룸메이트 형과의 심한 갈등속에서 하나님은 나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키셨다. 그러한 힘겨운 상황을 통과하면서 내가 얼마나 죽어 마땅한 죄인인지를 그리고 하나님의 도움 없이는 한 순간도 제대로 서 있을 수 없는 연약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하셨던 것이다. 내가 어떤 자격 조건이 되어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주님의 일방적인 십자가 사랑때문에 그분의 자녀가 되었고 부활의 소망을 가지게 되었음을 절박하게 되새기는 과정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작음과, 아니 나의 아무것도 아님과 하나님의 크심을 묵상하게 되었다. 이른 아침 기도시간 때마다 "왜 나같은 죄인을 위해 주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셨나?" 라는 의문을 되뇌이는 감사의 고백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확신하건대 주님앞에 서는 날까지 그 놀라운 은혜에 대한 찬양은 더욱 더 커져 갈 것이다.

구양모두번째로, 기도와 말씀, 그리고 일상의 삶을 통하여 하나님과 나누는 교제에서 흘러나오는 기쁨은 빼놓을 수 없는 귀한 주님의 선물임에 틀림없다. 철없던 시절이었지만 20대에 기도와 말씀 묵상으로 다져졌던 경건의 훈련이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깨닫고 난 이후에 얼마나 소중한 자산이 되었는지 고백하게 된다. 매일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기도의 처소에서 나누는 주님과의 은밀한 대화는 이미 그 맛을 본 사람이라면 그 시간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이해할 것이다. 온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며 인류의 역사를 주관하시는 크신 그분과 마주앉아 세상의 그 누구와도 다 나눌 수 없는 모든 내용들을 아뢰고 상의하며 그분의 음성을 듣는 그 시간의 감격이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때로 졸려서 멍할 때도 간혹 있지만- 또한, 고정된 그 기도시간을 넘어서서 일상의 삶에서 나누는 주님과의 대화도 참으로 소중하다. 길을 걸을 때, 사람을 만날 때, 성경공부를 인도할 때, 그리고 -요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논문을 쓸 때에 아버지와 마음으로 대화함으로써 그분의 인도를 받아가는 재미는 참 쏠쏠하기까지 하다.

또한, 이러한 기도와 함께 기록된 말씀으로 주님과 나누는 교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함으로써 내 내면의 죄성과 외부로부터 주입된 세속의 가치관이 철저히 찔러 쪼개지고, 나의 속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회복되어 가는 것을 매일 경험한다. 특히, 지난 8년간 KBS를 통한 집요한 말씀 묵상과 섬김의 기회로 인해 나의 세속적인 가치관은 완전히 하나님 말씀에 근거한 시각으로 변화되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안에 있지만 매순간 치열하게 일어나는 죄성과의 싸움에서 하나님의 말씀은 강력한 검이 되어 승리를 안겨주신다.

마지막으로, 아무 자격없는 내게 주시는 하나님의 또다른 선물은 인생의 여러가지 기쁨과 고난을 통하여 하나님의 전적인 주권을 인정케 하시고, 오직 예수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에 초점을 두게 하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주님을 만난 것 다음으로 가장 큰 기쁨은 오랜 시간 곤고한 유학생활을 통과하며 아무런 소망이 없을 즈음에 하나님께서 귀한 믿음의 배우자를 만나게 하셨던 사건이다. 그당시 나에게는 여러가지 외부적인 사정때문에 결혼이 참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는데, 하나님께서 개입하시니 너무도 순조롭게 가정을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3년간의 결혼생활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영적, 정신적, 육체적 연합을 이루어 가면서 주님께서 허락하신 그 크신 비밀을 조금씩 더 알아가는 축복이 되고 있다.

물론 이 행복한 과정중에도 힘든 부분이 없지 않았다. 즉, 나와 아내의 연약한 모습들이 종종 부닥치면서 서로 어려워 하기도 했는데, 그러한 순간들마저도 이 가정을 지키시고 인도하시는 분이 오직 주님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깨닫는 기회가 되게 하셨다. 아울러 그러한 충돌을 통하여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 보면서 더욱 그리스도의 형상을 좇아가게 하심에 감사드리게 된다. 특히, 불신자이시면서 상당히 까다로운 성격을 가지신 장인 어른을 섬기는 것이 참 쉽지 않았는데,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더욱 더 철저하게 나 자신을 부인하게 되고 그분을 품고 사랑으로 기도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내가 두 번 유산하는 쓰라린 경험은 생명의 주관자가 오직 하나님이심을 더욱 강력하게 마음판에 새기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 고통의 시간들을 통하여 조금 더 예수님 닮은 사랑으로 아내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여러 나름의 어려움들을 통하여 주님을 더 바라볼 수 있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한다.

구양모끝으로 최근 경험한 하나님의 보너스 은혜를 나누면서 나의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지난 몇개월간 나는 매일 집안에서 책더미에 쌓여서 정치학 논문을 쓰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하나님의 지혜를 간구하며 사력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데, 참으로 힘든 시간임에 틀림이 없다. "이러다가 사람이 미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가끔씩 스쳐갈 정도로 인내를 요구하는 과정인것 같다. 이러한 때에 지난 봄방학 동안 미국을 방문중이신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고 아내와 함께 서부여행을 하는 행운을 누렸다. LA의 Redondo Beach를 시작으로 Grand/Bryce/Zion Canyon들을 둘러보면서 하나님께서 만드신 신비롭고 웅장한 자연의 자태앞에서 나는 진이 다 빠질 정도로 감탄사를 연발하며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다 날려 버릴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Bryce Canyon의 Inspiration Point에서 바라본 그 장엄한 경관앞에서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서 이렇게 기도하며 하나님을 찬양할 수 밖에 없었다. "하나님! 이 땅에서의 자연을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영광이 이토록 찬란할진대 영원한 그 나라에서 보게 될 하나님의 놀라운 영광을 기대하게 됩니다. 앞으로 주님만날 그 날까지 하나님만을 소망하며 당신의 뜻에 순종하는 삶을 살게 하소서!"

부족한 나의 삶을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모든 지체들의 가정과 삶위에도 더욱 더 풍성히 부어지길 기도한다.


 

편집: 김문희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