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에 대한 감사와 소망
 최인석       
 KBS -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최인석문득 최근의 생활들을 돌아보니 참 암담했다. 잠들기 전 "과거로 돌아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날들이 잦았고 아침에 또다시 힘든 하루를 시작해야한다는 생각에 이미 지쳐버린 몸으로 침대에서 일어나는 날들이 많았다. 생각해보면 불과 몇 년 전만 하여도 하루 하루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이 새롭고, 정말 사소한 것까지 (조금 과장하자면) 모든 것이 감사하여서 참 기쁨에 차 있었던 날들이 있었다.

나의 삶에서 하나님을 알게 된 것이 내 힘으로 된 것이 아님을 ,하나님의 치밀한 계획이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그 뜨겁던 시간이 지나가 버리고 나니, 예상치 못한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어진 물질에 대해서 넘치게 주심에 감사하던 마음이, 이제는 나의 가족과 미래의 가정을 위해서 더 준비하고 싶다는 왠지 쉽게 설득당해 버리는 욕심들로 변해있었다.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가슴 벅찬 기대와 감사함이, 이제는 연구의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개인의 세상적인 욕심인지, 주어진 학업의 직분을 잘 소화해 내야 한다는 소위 "청지기적 의무감"인지 헷갈리는 마음으로 변해있었다.

처음엔 헷갈릴 법한 마음들이 시간이 갈수록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무언가 좀 더 오래 지속되는 의미를 찾아 방황했던 학부 시절에 왜 그 때 좀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에 휩싸이게 되었고, 왜 난 좀 더 일찍 세상을 배워서 남들 다 한다는 주식같은 것이나 사 놓지 않았나 후회도 되었다.

이 정도 상황이 되고 보니, 참 부끄러운 마음에 누구에게 내 놓고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참 어리석고 부끄러운 모습인데, 나의 이런 모습을 드러낼 용기가 없었다. 혼자서는 "내가 이러면 안되지…" 하면서도 후회의 씁쓸함과 과거를 다시 살아보는 상상의 은밀한 달콤함에 자꾸만 나는 현실에서 멀어져 갔다.

하나님을 더 알아가고 말씀에 대한 열정을 가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던 성경공부 모임에서도 내적 갈등이 잦아졌다. 성경공부에서 나누는 가슴 뜨거워질법한 나눔들과 현실의 괴리감 속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하나님께 의지하고 나아가려고 하는 결단이 달콤한 유혹을 이길 수 있는 것인지, 의문과 자신에 대한 실망에서 오는 분노로 이어졌다. 같이 공부한지 일년이 넘어가는 그룹에서 과연 우리들은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이런 생각은 위기감으로 이어졌고, 성경공부 모임에서 조급한 마음들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몇 주전, 성경공부 모임에서 "구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런 이런 경우에는 구원을 받을까요?" 라는 호기심만을 자극하는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또 다른 답답함에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하였다. 우리 삶에서의 구체적인 문제들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토론의 유익이 없어보이는 구원의 여부를 놓고 고민한다니 답답했다.

"우리가 구원 받고도 전혀 구원 받지 못한 처럼 살 수 있다"라고 대충 마무리를 하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내가 지금 그런데, 내가 구원받은 삶의 기쁨과 특권들을 못 누리고 있는데." 라는 생각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힌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내 삶을 더 자세히 나누고 싶었고, 당시 생활을 이야기 하면서 답답한 속내를 드러내 놓고 회복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감사한 일인데, 그룹원들은 나를 이해해주셨고 비슷한 이유로 힘들어 하는 내용들을 나누어 주었다. 겉으로는 잘 사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모순 되는 삶을 산다고 놀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무도 그렇게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러면 안되지" 라는 정죄가 아닌 이해와 함께 치유를 위해서 기도해주는 따뜻함이 나를 감쌌다.

습관이 되어버린 자신의 한계를 푸념처럼 늘어놓는 모임은 당연히 건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말씀을 공부하기만 하고, 우리의 약한 부분들을 내어놓고 서로 도전하고 격려하면서 변화되어 가는 모습이 없다면 그런 모임에서는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부족한 내 모습을 나누고, 그렇지만 하나님께서 변화시켜주시고 고쳐주실 것에 대해 기대하고 결단함을 나눔으로써 성경공부 모임 지체들의 마음의 하나됨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최인석그 뒤에도 내 삶이 한 순간에 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왠지 마음을 누르고 있던 답답하던 무언가가 덜해진 느낌이었고, 내 자신의 회복을 기도를 통해 더 열심히 바라게 되었다. 가끔은 이제는 그런 유혹들이 더 이상 내게 큰 힘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제가 속해 있는 공동체에 대한 감사함과 기대가 커졌다. 나아가 하나님께서 이런 일을 가능하게 허락하신 공동체에 대해서 더 깊이 감사하게 되었다.

공동체에 속해 있다보면, 원래의 소중함과 의미를 잊을 때가 있다. 가끔은 오해와 우리 자신의 죄성으로 인해서 누군가가 혹은 나 자신이 상처를 받게 되기도 하고, 비슷한 또래의 성향과 또 그러한 재미에 휩쓸려 그 의미가 퇴색될 때도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 공동체의 한계라기 보다는 우리가 깨어있지 않고, 또한 함께 무엇을 추구할 것인지 힘껏 고민하고 생각하지 않고 그리고 노력하지 않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공동체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며, 공동체를 통해서 더 많은 능력들을 소망하게 된다. 그 공동체의 현재 모습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구하고 온전히 의지할 때, 하나님께서 그것을 통해 허락하실 능력들을 기대하게 된다. 내가 경험한 것은 나를 한 인격으로 보아주고 안타까운 사실에 대해서 함께 중보하는 따뜻한 공동체였다. 누군가 다른 이유로 힘들어할 때 내가 안타까워 하고 중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이 공동체를 하나님이 뜻하신 역할을 감당해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도 더 열심히 생각해 보고 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내가 공동체를 통해 경험한 것들을 알리며, 허락하실 영혼을 공동체에 초대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편집: 김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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