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 에세이
“잠월미술관”을 소개합니다
        
 정윤아 (UCLA3)*      
 
 

잠월미술관(http://www.zamworl.com)은 전라남도 함평군 해보면 산내리라는 작은 시골 농촌 마을에 위치한 미술관입니다. 이 마을에는 65세 이상의 할머니 어르신들이 약 20명 남짓 살고 계시고, 그 분들은 사진작가로 작품활동도 하시며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하고 계십니다.

<사진출처 : KBS 인간극장 '산내리로 간 미술관' 2011년 11월 7-11일 방영>

잠월미술관은 저의 비전과 깊은 관련이 있어 그동안 제 관심을 끄는 곳이 되어왔는데, 그런 이유에서 이 곳을 여러분들에게 소개 해 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비전은, 예술 교육을 받기가 힘든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그들의 닫힌 심령을 회복시키고, 더 나아가 함께 참여하는 창작활동인 예술이란 통로를 사용하여 예수님의 사랑과 아름다움을 전하는 것입니다. 마침 공공 미술(Public Art)과 지역 미술(Community Art)에 대해 리서치를 하던 중에, 예술 활동이 어떻게 지역사회와 공동체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한 좋은 예를 찾다가 잠월미술관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보통 예술가들이 개인작업을 통해 작품을 대중에게 보여주는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잠월미술관은 관객들의 참여의식을 높이고, 본인이 직접 작가가 되어 모두 함께 예술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6년 전, 한 눈에 현재의 잠월미술관이 위치한 산내리에 반해 미술관을 짓게 된 김광옥(54), 임혜숙(51)씨 부부는 능선은 누에처럼 굼실거리고, 밤엔 커다란 달덩이가 떠오른다 하여 누에 잠(蠶)에 달월(月) 자를 써 “잠월미술관”이라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20년 넘게 미술교사로 살아온 이들 부부는 ‘미술’이라는 재능으로 다른 이들에게 소소한 삶의 재미를 선사하고 싶어 퇴직금을 담보로 대출하여 이 시골 한켠에 미술관을 짓게 됐다고 합니다.

<사진출처 : KBS 인간극장 '산내리로 간 미술관' 2011년 11월 7-11일 방영>

언젠가 인간극장에서 <산내리로 간 미술관>이라는 제목으로 잠월미술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봤던 기억이 납니다. 해마다 빈집이 늘어나고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혼자 남은 노인 등... 현대 시대의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한국사회 농촌지역인데, 이러한 지극히 평범한 시골 마을에 미술관이 생겨남으로 인해 지역사회에 가져온 따뜻한 변화와 사랑과 관심을 인간극장을 보는 내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진출처 : KBS 인간극장 '산내리로 간 미술관' 2011년 11월 7-11일 방영>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할머니들의 주름진 손에는 카메라가 하나씩 쥐어져 있습니다. 할머니들의 시선을 통해 포착된 산내리의 아름다운 모습들은 곧 멋진 사진작품으로 태어납니다. 점토를 빚어 손수 만드신 그릇과 접시, 수저, 젓가락 등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수 십년 동안 방치되어 왔던 빈집 담벼락에 알록달록한 벽화를 완성하여 무의미 했던 일상의 공간이 재미난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되고, 소일거리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던 주민들은 예술 활동을 통해 활기찬 노년기를 보내며, 자연과 사람들과 삶을 나누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사진출처 : KBS 인간극장 '산내리로 간 미술관' 2011년 11월 7-11일 방영>

작가 중 한 분이신 정앵순 할머니(74)는 “이제 우리가 늙어서 오그라져야 되는데, 거기 (김광옥 씨 내외) 땜에 크고 있는 셈이여. 갈 데는 산 밖에 없는디, 뭣도 보고, 어디도 가보고, 염색도 해보고, 사진도 찍어보고, 어디 놀러도 가보고. 참 좋아.”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김광옥 관장은 “할머니들이 산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라고 답하며 “가르친 것보다는 배운 게 많은 것 같아요. 그냥 스쳐 지나치는 말씀들인데도 뜨겁게 와 닿아요. 무미건조하니 하루하루를 보내는 황혼의 노인들께 사는 재미 하나를 보태드리고자 시작한 일이었지만 오히려 그 분들에게서 인생의 깊이를 배우게 됐다”라고 인터뷰에서 활짝 웃으며 대답하였습니다.

잠월미술관이 주는 따뜻함은 그저 이 미술관이 평소에 지역사회로 부터 소외된 계층을 도와주는 하나의 프로젝트나 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십 대의 부부가 도시를 버리고 농촌 마을에 귀촌하여 살면서 칠십 대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부모님처럼 여기면서 그들과 동화되어 사랑하며 함께 삶을 나누며 살아간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기독 미술가로서 지역사회에 소외된 계층에게 눈길을 돌리고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문화와 예술의 자리를 함께하는 것이 비전인 제게 이 미술관은 “함께하는 예술”이 무엇인지 보여준 소중한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지역사회의 특성과 필요에 맞게, 그리고 지역의 문화와 삶의 형태를 잘 이해하고 다가가는 예술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삶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제게 특별한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예술은 신앙생활과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진정한 예술 작품이 작가의 삶을 거울처럼 반영하여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 마음 중심의 믿음 또한 말과 행동과 삶으로 그 열매가 맺혀짐으로 빛 가운데 드러나게 됩니다. 순수하고 소박하게 자신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산내리 마을 할머니들의 미술작품들은 김광옥 관장 부부와 어르신들이 같이 살아가는 참된 모습 속에서 열매 맺어진 아름다운 결정체가 아닐까요? 저는 잠월미술관을 통해서 “내”가 아닌 “우리”,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예술이 무엇인지, 또한 다른 이들의 삶의 방식과 나의 삶의 방식이 소통하며 살아가는 것이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닌 것인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티스트에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은, 가진 재능과 은사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예배할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작품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내게 주신 가장 소중한 달란트를 나눔으로 공동체에 이익과 기쁨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이들과 마음을 나누는 통로가 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찬미하는 복음의 통로로 쓰임 받을 수 있다면,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주고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 <사도행전 3:44-47>

*LA KBS에서 활동중인 정윤아 간사는 MICA (메릴랜드 미대)에서 영상을 전공하고, CalArts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실험 애니메이션 대학원을 졸업하였습니다. 현재 LA 다운타운에서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과 미술을 가르치고 있고, 크리스쳔 아티스트로서Community art (공공미술)과 지역사회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예술 활동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Artist Webpage: www.yoonahj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