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에세이
광야 40년 삶 과연 징계인가 은혜인가?
       
홍성혁 (TX Tech)      
 
 
*편집자 주: 이 글은 홍성혁 티칭코디님이 본인의 Facebook에 올려놓으신 글을 필자의 동의 하에 KBS 웹진 편집부에서 편집한 글입니다.

2011년 12월12일 새벽, 한국 대학에서 걸려온 인터뷰 요청 전화를 받고, 급하게 한국으로 가기 위해 14일 달라스 출발 대한항공 비행기표를 겨우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는 러벅에서 공항이 있는 달라스로 가는 비행기가 마침 제가 한국으로 출국하는 날 없어서 출국 전날인 13일 달라스의 처남집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우연히 “세미안 교회” 새벽 기도회에 갔다가 “광야 40년”이라는 제목의 설교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광야 40년이 가나안에 들어갈만한 믿음이 없어서 방황하며 보냈던 징계의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체험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초막절 일주일간 광야 40년 동안 하나님께서 어떻게 그들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셨는지 기념하라고 하셨다는 내용의 설교 말씀을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몇년간 광야 40년과 같은 시절을 보내면서 간절히 소망하는 것을 이루어 주지 않으시는 하나님께 원망을 많이 하며 살아온 제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만나와 메추라기로 먹이시고,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더위를 피하게 하시고, 밤에는 불 기둥으로 따뜻하게 인도하신 하나님의 놀라우신 은혜를 매일 체험하지만 항상 잊어 버리고 원망하며 사는 제 자신을 바라 보면서 예전에 제게 허락하셨던 은혜의 시간들을 기억하며 늘 감사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는 자가 되자고 다짐을 했습니다.

다른 한편, 부시 대통령 시절 장애인 정책 보좌관을 지내셨던 강영훈 박사님이 췌장암 선고를 받으신 후, 가족들에게 감사의 이메일을 쓰신 내용이 뉴스에 소개가 되었는데요, 그 사연 역시 설교만큼이나 저에게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그가 두 눈이 안보이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감사하며 지금 이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것을 다 하나님의 은혜로 고백하고, 갑자기 닥친 췌장암 선고도 생애를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시간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뜻이라며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기억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이것이 바로 신앙인의 최고의 덕목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믿는 자에게는 시련이 하나님의 특별하신 은혜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씨네마 천국”이 기억에 스쳤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로마에서 영화 감독으로 활약 중인 중년의 토토(Toto)가 어머니로 부터 자신이 아버지처럼 따랐던 영사기사 알프레도(Alfredo)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20년간 떠나있었던 고향을 방문하면서 영화가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2차대전 직후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작은 마을 광장에 자리 잡은 “씨네마 파라다이스”라는 낡은 영화관의 영사실을 중심으로 전개가 됩니다. 주인공인 이 마을 소년 토토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장 성당으로 달려가 신부님의 일을 돕습니다. 토토가 이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열심히 하는 이유는 바로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시절 이 마을 영화관이 성당이었던 관계로 상영하는 영화는 모두 신부가 검열을 하게 되었는데 웬만한 키스씬은 모두 삭제가 되었습니다. 토토의 어머니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슬픔과 가난한 생활고로 인해서, 그런 토토를 항상 꾸짖지만 토토는 영사관에서 일하는 영사기사 알프레도를 아버지처럼 따르며 어깨 너머로 영사기술을 배우며 유년시절을 보냅니다.

청년이 된 토토는 마을 소녀 엘레나(Elena)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너무도 차이나는 가정환경으로 인해 그들의 불꽃 같은 사랑은 대부분의 첫사랑들처럼 깨지고 맙니다. 첫사랑과 헤어지고 군대에 다녀온 후 영사기사 일감도 없는 토토에게 알프레도는 이 마을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유언 같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그렇게 헤어지게 됩니다.

고인이 된 알프레도의 장례식에 세계적 영화감독이 되어 마을로 돌아온 토토는 자기에게 넘겨진 유품 같은 필림 한 통을 전달 받고, 그것을 통해 마침내 영화에 미쳐 살아온 자신의 꿈이 알프레도와 더불어 실현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는 세월의 흔적이 있지만 여전히 토토에게는 아름다운 엘레나와 재회하며, 그동안 늘 생각하면서도 만나지 못했던 안타까운 심정과 그 시절 서로 멀리 도망 가려고 한 것을 알프레도가 막았다는 것을 알고 알프레도에 대한 원망을 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다시 만나자는 토토의 제안에 엘레나는 다 지난 일이고 부질없는 짓이라고 하면서 토토의 마음을 위로합니다. 재밌는 건 90년에 한국에 상영될 때는 이 회후 장면이 삭제되어서 방영 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토토는 엘레나와 지금도 살고 싶어했지만 엘레나는 거절합니다. 토토는 헤어진 후 자신을 잊고 살았을 거라고 추측했던 엘레나가 자신이 만든 모든 영화를 보고있다는 말에 큰 위로를 받습니다. 그리고 역사적인 그 시네마 천국 극장이 철거되고나서, 토토는 알프레도가 죽으면서 선사한 한 개의 필림통을 가지고 돌아옵니다. 초현대식 극장에서 알프레도가 남겨준 필림에 담긴, 어린 시절 영사실 창너머로 훔쳐보던 신부에 의해 컷트된 수 많은 영화의 키스 장면들을 보면서 그 때 그 시절의 감격을 억누르지 못합니다. 어쩌면 토토는 알프레도가 토토와 엘레나를 만나지 못하게 한 것이 다 지금의 그가 있게 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감사함을 느꼈던 건 아닐까요?

저는 4년 전 한국의 좋은 직장에 자리가 나서 큰 기대감을 안고 귀국을 결심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 와서는 자리를 얻지 못해 하나님을 원망하며 지난 4년의 세월을 광야 40년간 늘 불평불만을 쏟아 냈던 이스라엘 민족처럼 살았습니다. 그 당시 저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기도로 중보하는 가족과 동역자들도 저를 같이 지켜보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가끔씩 학교에서 인터뷰 요청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주변에 있는 동역자들에게 기도 부탁을 했었는데요, 주변에 어떤 분들은 이제는 그런 부탁도 하지 말라고 그러더군요. 자꾸 안되는 걸 알릴 필요가 있냐면서 취직이 되면 알리지, 매번 인터뷰가 잡힐 때 마다 동네방네 소문을 내는 것 같다고 저의 기도 부탁을 싫어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기도 부탁을 안하면 정말 불안해서 인터뷰에 임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중보 기도가 간절했던지 제 딸인 단비한테 아빠가 교수되면 단비가 그렇게 원하는 애완견을 사주겠다고 하면서 예수님께 기도하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최근 조선일보에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알리는 한 기사가 실렸었는데요. 6년간 400군데가 넘는 직장에 지원했는데도 정규직은 못 구하고, 인턴만 쭉 하면서 꽃다운 젊은 시절을 다 보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지원하겠다는 취업 장수생의 삶이 소개 됐습니다. 그 기사를 보면서 저도 지금까지 몇 군데 지원했는지 세어 봤더니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지난 1년 동안만 무려 403군데를 지원했더군요. 많은 곳을 지원하다보니 전 세계에 다 지원한 느낌이었습니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한국, 사우디, 등등...

그 중 3군데에서 오퍼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비자 문제로 오퍼를 받을 수 없는 곳이 2군데였구요, 한 곳은 중동이라서 결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수많은 곳을 지원하면서 수많은 reject letter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저도 reject letter를 아주 수준급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콜로라도에 있는 한 학교에 지원할 때는 지원자가 450명이나 되어서 인터뷰 후보를 찾는데 아주 어려웠다는 말을 듣고 망연자실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겪으면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취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더욱 중보기도해 주실 동역자들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분들과 Facebook을 통해 연락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기도 부탁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기도 부탁을 드리면서 한 300명 정도가 합심해서 기도하면 어디에든 갈 수 있겠다는 믿음도 생겼습니다. 기도 부탁을 드리면서 저를 가족처럼 걱정해 주시는 많은 동역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나님께서 귀한 분들을 주변에 배치시키셔서 어려울 때마다 도와주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더욱 감사하게 되었고, 저도 생각날 때마다 그 분들의 기도 제목을 놓고 열심히 기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린 한국 대학의 인터뷰에 가서12월 21일 최종 면접을 보았습니다. 초조한 마음으로 하루 하루 결과를 기다리다가 합격자 발표가 언제 나는지 27일에 전화로 문의했더니 바로 그날 오후부터 개별 통보로 결과를 알려준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전화한 시간이 오후 1시 20분이었기 때문에 약 한 두 시간 안에 결과를 알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어 바로 집 앞에 있는 교회 기도실에서 휴대폰을 앞에 놓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곧 결과를 알게 된다는 게 불안함을 가중시키는 것 같아 괜히 전화했다는 후회가 몰려왔습니다. 도저히 1시간 이상 앉아 있을 수 없어서 오후 2시 30분에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께서 대신 기도하겠다고 하시면서 기도실로 가셨습니다. 하지만, 가신지 20여분만에 어머니도 초조해서 기도하지 못하겠다고 돌아오셨습니다. 오후 3시가 되자 저는 더욱 불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고, 지역번호 041이 찍힌 것을 확인하는 순간 초조와 불안이 환희로 바뀌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최근에 기쁨의 눈물을 흘린 적이 별로 없었는데, 그 때는 정말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온 가족이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4년전 유력했던 교수직을 날려 버리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눈물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서 지금까지도 저를 괴롭히고 있었는데, 한 순간에 이 모든 것들이 변하는 것을 보고 하나님의 방법은 정말 놀랍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말씀 묵상은 참 좋아하는데 기도는 아주 약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그동안 저의 취약점인 기도를 보강하실려고 훈련시키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태어나서 이번처럼 간절하게 기도한 적이 없었습니다.

지난 4년간의 시간은 저에게는 광야의 삶과 같았지만 지나고 보니 기도하면서 더욱 더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를 나눈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도제목이 응답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기도하면서 하나님과 친밀하게 보낸 시간이 더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왜 나같은 사람에게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한 시간이라도 더 교제하시기 위해 그 동안 나를 잡아 두셨을까 하는 생각에 감사가 넘치게 되었습니다.

이제 제 나이도 40을 넘어갑니다. 그리고 남은 인생의 후반기 40년을 새로운 각오로 바라봅니다. 전반부 40년동안 보여 주셨던 하나님의 은혜를 마음 속 깊이 기억하며 남은 후반부 광야 40년 인생을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기쁨으로 맞이하려고 합니다. 저를 위해 계속해서 중보 기도해 주시고, 저도 여러분들의 기도 제목을 놓고 기도하며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