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Singing in the Rain
      
고은영 (MICA)      
 
 

이 그림은 미국의 50년대 영화 중 하나를 골라서 그 당시의 느낌과 현대 감각을 함께 나타내는 포스터를 만드는 학교 프로젝트를 위해 그려진 스케치입니다. 아직은 보여드리기 부끄러운 미완성 작품이지만, 저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나눠 보고자 합니다.

방금 마친 저의 3학년 1학기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처절하게 무너진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 미술은 늘 편안한 안식처이자 놀이터이고 돌파구로써, 저의 어떠한 부족함 앞에서도 넉넉하게 마주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예전에는 아무리 시간이 부족하고 자신의 어떠한 것이 부족하다고 할지라도 그 부족함 안에서 최선을 다했을 때 그 만큼의 성과가 있었고, 그럼으로 인해 제 부족함을 숨길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번에는 저의 그 어떠한 부족함도 숨길 수 없었습니다. 부족한 시간으로 인해 그만큼 완성도가 떨어졌고, 지속적인 발전이 많이 필요한 제 안의 부족함들이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었습니다. 수업에서 그렇게 처절하게 제 자신을 보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감출 수 없는 제 자신의 부족함과 마주하는 일은 고통 그 자체였습니다.

흔히들 그것이 아픈만큼 성장하는 과정을 톡톡히 밟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현재 미대를 다니고 있는 학생으로서 미술에 관련된 제 성장의 고통이라는 것이 어쩜 그렇게 새롭고 예기치 못한 또다른 괴로움으로 다가오는지... 그 상황에서는 성장이고 뭐고 제 자신이 정신없이 내려 앉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1학기의 매주 금요일은 구멍이 숭숭난 제 자신을 보면서 자책과 절망과 두려움에 휩싸여 쓰러지고 또 무너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 마음을 다잡고 토요일과 주일을 보낸 후, 새로이 다가오는 한 주에는 다시 잘 해보겠노라 다짐하며 한 학기를 그렇게 보냈습니다. 하지만, 학기의 마지막 수업까지 무너지는 제 자신을 보고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넘어지는 우리를 절대 가만히 두지 않으시는 주님께서는 매번 저를 일으켜 세워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제게는 정말 쉽지않은 시간들이었습니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이, 주님의 행하심을 온전히 의지하여 담담하게 마주 할 수 있도록 이런 성장과 배움의 아픔 앞에서 나의 못나고 힘든 마음을 인정하고 주님께 안기는 일에 익숙해져야 함을 훈련하는 것일까요? 사실, 세상살이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중 큰 부분을 배우는 일인 것 같습니다. 쉽지 않은 삶을 몸소 겪을 때 하나님의 자녀 된 자로써 주님께 나아가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안아프고는 성장 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 모든 아픔의 과정 속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항상 말씀 해 주시는 하나님 아버지께 참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이렇게 KBS 식구들을 통해서 그 분의 사랑에 매어있을 수 있는 그 은혜에 감사합니다. 지난 시간들을 보내고, 저는 이제 아프다고 낑낑대었던 저의 나약함과 어리광을 내려놓고, 오히려 주님의 사랑으로 빈틈없이 계획되어 나아가고 있는 제 삶을 온맘 다해 기대해 봅니다.


*고은영 코디님은 현재 Maryland Institute College of Art 3학년에 재학 중이시고 MICA 모임 코디로 섬기고 있습니다.